기도
주후2023년 9월 17일 주일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마21:22)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구절은 형편없는 거짓말처럼 보인다. 원하는 것을 전부 다 기도로 받았다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내 생각에는 우리 대부분이 이 말씀의 참 뜻을 오해하는 것 같다. 우리는 기도하는 순간에 원하는 것을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려고 무릎을 꿇기 전에 마음으로 원하던 것을 간구한다. 예수님은 그것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기도하는 중에 우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망을 들어주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진정으로 경외하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고개를 조아리고 대화하면서 하나님의 충만한 사랑의 손길 안에서 자신을 잊고 기도한다면,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사로잡았던 모든 사사로운 욕망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 순간에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다른 사람들이 영원히 구원받기를 갈망하는 사랑만 남을 것이다. 이런 진정한 기도는 예배의 한 형태이다. 하나님은 이렇게 깊은 예배의 영을 구하는 자 누구에게나 그것을 허락하신다.
성녀 까뜨린느는 죽기 전에 말했다. "하나님, 하나님은 제가 35년 동안 아무것도 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 이런 태도라면, 소망하는 것을 다 받는다. 무엇이든지 제한 없이 받을 것이다.
아가서의 신부는 말한다. "내가 사랑하므로 병이 났다고 하려무나:(아5:8) 아가서의 신부는 병을 치료할 약이나 다른 기적의 손길을 구하지 않는다. 오직 신랑의 사랑을 구한다. 마르다와 마리아는 나사로가 병들었다고 예수님께 전갈을 보냈다. 그러나 얼른 와서 나사로의 머리에 손을 얹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다. 신앙의 사장 높은 경지에 이르면 하나님과 하나 되기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 외에 모든 소망이 다 사라지는 법이다. 그 소망은 온전히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가 기도하기 전에 소망하고 있다가 기도로 표현하는 것을 하나님이 그대로 다 들어주신다면 그 결과는 정말 우리에게 해로울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이 썼다. "자신에 대해 너무 무지한 우리는 가끔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구한다. 지혜로우신 그분은 우리를 위해 들어주지 않으신다. 결국 우리는 기도 응답을 받지 못해 오히려 득을 보는 셈이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순교자의 소리 리처드 웜브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