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기
믿음
오예1
2023. 3. 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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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후2023년3월1일 수요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26:41)
레닌과 스탈린 시대에 정교회 사제 8만명이 처형당했다.
미하일 신부는 체포되지 않은 소수의 사제 중 한 명이었으나 이미 신앙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어느 날 예배 도중에 그가 "하나님이여 영광을 받으소서"라고 말하자마자 그의 귓가에 "하나님이 없다"라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벽에 걸려 있는 성자들의 그림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도대체 하나님과 교제한다는 말을 무슨 뜻일까? 하나님이 정말 전지전능하다면, 자신을 믿는 자들을 들짐승 먹이로 주고, 화형대에서 타게 하고, 온갖 고문을 당하게 할까?' 그는 그러한 의심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그는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시14:1)라는 시편 말씀을 반복해서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 순간 이후로도 그는 의무감에서 계속 사제 역할을 감당했지만 더 이상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그를 둘러싼 슬픔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를 가득 메운 농부들에게 "불쌍한 이들이여, 집으로 돌아가시오. 하나님은 없소. 하나님이 있다면 이와 같은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혼란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오"라고 소리치고 싶은 유혹을 겨우 참았다.
부활절 전날 밤, 술 취한 공산당원들이 그를 체포했다. 그들 중에는 비도덕적인 생활 때문에 교회에서 추방당한 성가대 지휘자도 끼어있었다. 이제는 그도 볼세비키 당원이 되어 있었다. 공산당 우두머리가 그 신부에게 말했다. "우린 당신을 죽이기로 했다. 남길말이라도 있나?"
미하일 신부에게 삶은 더 이상 가치가 없었다. 그는 "좋을 대로 하시오"하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들은 미하일 신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밟고 지나간다면 놓아주겠다." 신부는 그 제안을 머릿속으로 잠깐 곱씹어보았다. '나는 더 이상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십자가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목숨이나 구해야겠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나는 하나 밖에 없는 하나님을 믿소."
그날은 예수님이 고난 받고 십자가에 달리신 것을 기념하는 성 금요일었다. 가시 면류관을 예수님이 썼다는 것을 기억해 낸 그 공상당 무리는 그에게 털모자를 뒤집어 씌우고, 예수님이 걸쳤던 긴 옷을 흉내 내 그의 어깨에 부대 자루를 올려 놓았다. 한때 그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였던 당원은 그에게 무릎을 꿇으며, "유대인의 왕, 만세!" 하며 비웃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과 합세하여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신부는 자신이 더 이상 믿지도 않는 분에게 기도를 올렸다. "만약 살아계시다면,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소."
태도가 어찌나 당당했든지, 신부를 체포했던 취한 공산당원들은 놀라워하며 할 수 없이 그를 풀어주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구석진 골방에 엎드려 눈물로 기도했다. "믿습니다."
의심에 둘러싸일 때, 지적인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아라. 예수님을 위하여 무거운 짐을 져라. 이성이 실패할 때 믿음이 승리할 것이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순교자의 소리 리처드 웜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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